앉은 자리 · 갑자
샘가에 선 나무
태어난 날의 글자는 두 개예요. 위 글자가 나고, 아래 글자는 그 내가 앉아 있는 자리예요. 같은 글자라도 자리가 다르면 서 있는 형편이 달라요.

한밤의 샘물 위에 선 나무예요. 뿌리에 물이 끊기지 않아 겉보다 속이 먼저 자라요. 남들이 성장을 알아챌 때쯤엔 이미 꽤 깊어져 있어요.
이 자리에서 자주 겪는 일
배운 것을 티 내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통째로 꺼내놓아요. 그걸 언제 다 했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져요. 쌓는 동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거든요.
이 자리가 자주 하는 말
「어차피 하려고 했어요.」 부탁하기 전에 이미 움직이고 있어서 타이밍이 안 맞을 때가 있어요.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민망해해요.
이 자리가 쉬는 법
주말 내내 눕는 것보다 새로 뭔가를 배우기 시작할 때 진짜로 풀려요.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이 곧 쉼이라, 가만히 멈춰 있는 시간이 오히려 더 무거워요.
곧게 자라는 나무가 앉는 다른 자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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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은 전부 저희가 직접 썼어요. 알아맞히는 말이 아니라 관찰이라,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