앉은 자리 · 무진
물을 품은 산
태어난 날의 글자는 두 개예요. 위 글자가 나고, 아래 글자는 그 내가 앉아 있는 자리예요. 같은 글자라도 자리가 다르면 서 있는 형편이 달라요.

속에 물을 품은 산이에요. 겉은 묵직한데 안에서는 많은 것이 자라고 섞여요. 그래서 이 자리의 침묵은 비어 있는 게 아니라 담고 있는 거예요.
이 자리에서 자주 겪는 일
말수가 적어 무심해 보이는데, 주변 사람들 사정을 거의 다 기억하고 있어요.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그걸 꺼내면 듣는 쪽이 더 놀라요.
이 자리가 자주 하는 말
「둘 다 일리가 있네요.」 편을 갈라 다투는 자리마다 결국 저한테 판정을 미뤄요. 그런데 정작 제가 누구 편인지는 몇 년이 지나도 아무도 몰라요.
이 자리가 쉬는 법
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자리예요. 정리든 뭐든 손에 뭘 쥐고 한자리에 오래 눌러앉아 있는 것이 이 자리의 쉼이에요.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 곁이면 그 시간이 길어져도 힘들지 않아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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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은 전부 저희가 직접 썼어요. 알아맞히는 말이 아니라 관찰이라,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