앉은 자리 · 갑술
마른 산의 나무
태어난 날의 글자는 두 개예요. 위 글자가 나고, 아래 글자는 그 내가 앉아 있는 자리예요. 같은 글자라도 자리가 다르면 서 있는 형편이 달라요.

마른 산등성이에 선 나무예요. 물이 넉넉한 자리보다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해서, 겉보다 아래가 발달해요. 버틴 세월이 그대로 나이테가 되는 자리예요.
이 자리에서 자주 겪는 일
어려웠던 시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요. 한참 지나서 담담하게 말하면 듣는 쪽이 더 놀라고, 그제야 그게 얼마나 길었는지 드러나요.
이 자리가 자주 하는 말
「더 해볼게요.」 곁에서 뜯어말려야 겨우 손을 떼는 편이라, 그만두는 타이밍은 거의 매번 남들이 대신 잡아 줘요.
이 자리가 쉬는 법
누가 옆에서 이제 좀 쉬라고 말해도 그 한마디로는 쉼이 오지 않아요. 벌여 놓은 일을 자기 눈으로 끝까지 확인해야 겨우 힘이 빠져요. 그런 다음엔 또 뭘 해볼지부터 고르고 있어서, 완전히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은 손에 꼽아요.
곧게 자라는 나무가 앉는 다른 자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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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은 전부 저희가 직접 썼어요. 알아맞히는 말이 아니라 관찰이라,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