앉은 자리 · 갑오
볕을 향해 크는 나무
태어난 날의 글자는 두 개예요. 위 글자가 나고, 아래 글자는 그 내가 앉아 있는 자리예요. 같은 글자라도 자리가 다르면 서 있는 형편이 달라요.

한낮 볕 아래 자라는 나무예요. 자란 것을 숨길 수 없는 자리라, 하는 만큼 그대로 보여요. 빨리 크는 대신 그늘도 빨리 필요해지는 자리예요.
이 자리에서 자주 겪는 일
숨기는 걸 잘 못 해요. 좋으면 좋은 티가 나고 지치면 지친 티가 나서, 표정을 감춰야 하는 자리에서 유난히 손해를 봐요.
이 자리가 자주 하는 말
「이거 같이 해볼래요?」 뭔가에 재미를 붙이면 옆 사람부터 끌어들이고 봐요. 얼떨결에 따라나선 사람이 결국 끝까지 같이하고 있어요.
이 자리가 쉬는 법
가만히 앉아 보내는 날은 오히려 하루가 더 길게 느껴져요. 뭔가 새로 벌이고 옆 사람까지 끌어들이는 동안 몸에 다시 기운이 돌아요. 이 자리에서는 쉬는 것과 시작하는 것이 잘 구분되지 않아요.
곧게 자라는 나무가 앉는 다른 자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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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은 전부 저희가 직접 썼어요. 알아맞히는 말이 아니라 관찰이라,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