앉은 자리 · 갑진
기름진 땅의 거목
태어난 날의 글자는 두 개예요. 위 글자가 나고, 아래 글자는 그 내가 앉아 있는 자리예요. 같은 글자라도 자리가 다르면 서 있는 형편이 달라요.

기름진 땅에 선 나무예요. 조건이 받쳐줘서 크기가 남다른 대신, 클수록 바람도 세게 맞아요. 뿌리 넓히는 일을 잎 틔우는 일만큼 챙겨야 하는 자리예요.
이 자리에서 자주 겪는 일
맡은 판이 자꾸 커져요. 커진 만큼 말도 같이 많아지는데, 그 소리까지가 자리값이라는 걸 한참 지나서야 받아들이게 돼요.
이 자리가 자주 하는 말
「필요한 건 제가 챙길게요.」 일이 커지면 걱정보다 먼저 필요한 걸 하나씩 채워 나가요. 다 갖춰지고 나서야 이 자리는 비로소 발을 떼요.
이 자리가 쉬는 법
밀린 것부터 해치우고 나서야 나갈 채비를 해요. 나간 김에 새로운 걸 하나 벌이고 돌아와야 몸이 풀려요. 아무 데도 안 나간 주말은 오히려 더 무거워져요.
곧게 자라는 나무가 앉는 다른 자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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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은 전부 저희가 직접 썼어요. 알아맞히는 말이 아니라 관찰이라,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