앉은 자리 · 임진
저수지의 큰물
태어난 날의 글자는 두 개예요. 위 글자가 나고, 아래 글자는 그 내가 앉아 있는 자리예요. 같은 글자라도 자리가 다르면 서 있는 형편이 달라요.

큰 둑에 담긴 물이에요. 넓게 퍼지는 성질이 단단한 틀을 만나 힘이 모여요. 가둬진 게 아니라 모인 거라, 문이 열리는 날의 수량이 남달라요.
이 자리에서 자주 겪는 일
평소엔 말을 아끼다가 한 번 꺼내면 길게 쏟아내요. 듣는 쪽은 갑작스러운데, 본인은 오래 담아둔 것을 이제야 꺼낸 거예요.
이 자리가 자주 하는 말
「그건 나중에 얘기해요.」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지금은 아니라고 먼저 판단해요. 그 판단이 맞을 때가 많아서, 성급하게 던진 사람들이 나중에 오히려 말을 주워 담아요.
이 자리가 쉬는 법
다음 날 일정이 하나도 없는 밤에 마음속에 쌓아둔 말들이 편하게 풀려나와요. 아무 데도 안 가도 된다는 확신이 없으면 누워 있어도 머릿속만 계속 깨어 있어요.
흘러가는 큰 물이 앉는 다른 자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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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은 전부 저희가 직접 썼어요. 알아맞히는 말이 아니라 관찰이라,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