앉은 자리 · 을유
철망을 오르는 덩굴
태어난 날의 글자는 두 개예요. 위 글자가 나고, 아래 글자는 그 내가 앉아 있는 자리예요. 같은 글자라도 자리가 다르면 서 있는 형편이 달라요.

쇠 울타리를 감고 오르는 덩굴이에요. 차가운 구조물 위에서도 제 길을 찾아 오르니, 딱딱한 판에서 유연함의 값이 커져요. 어디까지 오를지는 감은 데가 정해요.
이 자리에서 자주 겪는 일
규칙이 빡빡한 곳에서 오히려 길을 잘 찾아요.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틈을 찾는 쪽인데, 그걸 요령으로 읽는 사람도 가끔 있어요.
이 자리가 자주 하는 말
「조건을 좀 바꿔볼게요.」 담당자가 몇 번 바뀌어도 매번 처음 보는 사람처럼 다시 묻고 다녀요. 신기하게 그중 한 번은 꼭 다른 대답이 나와요.
이 자리가 쉬는 법
쉬어도 되는 때를 스스로 정하지 못해요. 누군가 이제 됐다고 말해 주는 순간 어깨에서 힘이 빠지고, 그 뒤로는 틀 밖으로 잠깐 나가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돌아요.
감아 오르는 덩굴이 앉는 다른 자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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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은 전부 저희가 직접 썼어요. 알아맞히는 말이 아니라 관찰이라,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