앉은 자리 · 계유
칼날 위 이슬
태어난 날의 글자는 두 개예요. 위 글자가 나고, 아래 글자는 그 내가 앉아 있는 자리예요. 같은 글자라도 자리가 다르면 서 있는 형편이 달라요.

잘 벼려진 금속 위에 맺힌 이슬이에요. 섬세한 감각이 정밀한 도구를 만난 셈이라, 미세한 차이를 읽는 눈이 밝아요. 그 눈은 남보다 자신에게 자주 겨눠져요.
이 자리에서 자주 겪는 일
남의 실수는 금방 눈에 들어오는데 굳이 말하지는 않아요. 대신 자기가 한 사소한 실수 하나를 며칠씩 곱씹고 있어요.
이 자리가 자주 하는 말
「저만 이상한가 봐요.」 다들 못 보는 차이를 짚고 나서 꼭 이 말을 덧붙여요. 나중에 맞았다는 게 밝혀져도 먼저 나서진 않아요.
이 자리가 쉬는 법
그날 있었던 일을 굳이 누구에게 옮기지 않고 혼자 곱씹어야 다음 날이 가벼워져요. 말로 풀어야 후련해지는 사람들과 달리, 그냥 두면 시간이 알아서 가라앉혀 줘요.
스며드는 이슬이 앉는 다른 자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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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은 전부 저희가 직접 썼어요. 알아맞히는 말이 아니라 관찰이라,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