앉은 자리 · 기미
오래 일군 밭
태어난 날의 글자는 두 개예요. 위 글자가 나고, 아래 글자는 그 내가 앉아 있는 자리예요. 같은 글자라도 자리가 다르면 서 있는 형편이 달라요.

같은 흙이 겹으로 쌓인, 오래 일군 밭이에요. 받아내는 품이 깊어 무엇이든 심기고 길러져요. 다만 제 몫의 수확을 챙기는 일은 따로 연습해야 해요.
이 자리에서 자주 겪는 일
남의 일을 받아주다 보니 내 일이 자꾸 뒤로 밀려요. 다 끝나고 나서 내 몫이 없다는 걸 알아차리는 게 매번 같은 순서로 반복돼요.
이 자리가 자주 하는 말
「그럴 수도 있죠, 뭐.」 남이 실수해도 그 말부터 먼저 나와요. 정작 자기 실수 앞에서는 그 말을 스스로에게 좀처럼 안 해줘요.
이 자리가 쉬는 법
같이 늘어질 사람이 있어야 쉬는 게 쉼이 돼요. 혼자 있으면 또 남의 일을 떠올리고, 나란히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옆에 있을 때 손이 제일 오래 멈춰요. 그 저녁엔 밥도 대충 먹고 눕는 것으로 충분해요.
무엇이든 기르는 밭이 앉는 다른 자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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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은 전부 저희가 직접 썼어요. 알아맞히는 말이 아니라 관찰이라,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