앉은 자리 · 계미
마른 땅의 단비
태어난 날의 글자는 두 개예요. 위 글자가 나고, 아래 글자는 그 내가 앉아 있는 자리예요. 같은 글자라도 자리가 다르면 서 있는 형편이 달라요.

메마른 자리에 내리는 가는 비예요. 양은 적어도 정확히 스며들어서, 닿는 자리마다 살아나요. 넓게 뿌리기보다 필요한 곳을 아는 것이 이 자리의 재능이에요.
이 자리에서 자주 겪는 일
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히 건네요. 크기는 작은데 받은 쪽은 오래 기억하고, 정작 건넨 쪽은 그 일을 잊고 살아요.
이 자리가 자주 하는 말
「이 정도밖에 없어요.」 대단한 게 아니라고 자꾸 못을 박는데, 정작 그걸 받은 사람 표정은 전혀 안 그래요. 갚겠다는 말이 나오면 오히려 이 쪽이 당황해요.
이 자리가 쉬는 법
온종일 누군가에게 뭘 내주고 나면 정작 자기 차례는 아무도 안 챙겨 줘요. 그 차례를 스스로 만들어서, 아무 연락도 하지 않고 한참을 그대로 가라앉아 있어야 다음 날이 개운해요.
스며드는 이슬이 앉는 다른 자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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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은 전부 저희가 직접 썼어요. 알아맞히는 말이 아니라 관찰이라,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.